[기고] 청렴 시스템 구축으로 만드는 공공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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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청렴 시스템 구축으로 만드는 공공기관
  • 입력 : 2023. 05.31(수) 10:29
  • 류제석 기자
한국농어촌공사 서산태안지사 고객지원부 정수연 사원
[코리아인경제신문/기고] 류제석 기자 = 영화 분노의 질주 속 주인공은 자동차를 몰며 사랑하는 사람과 무고한 시민을 구한다. 동화 인어공주에서 인어공주는 끝끝내 타인을 해하지 못하고 자기 파괴적 선택지를 택한다.

소설, 드라마, 만화, 많은 이야기 속 주인공의 공통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쉬운 길을 놔두고 어렵고 복잡하며 때론 일부분 혹은 상당량의 자기희생까지 바쳐야 하는 선을 적극적으로 선택한다는 것.

이는 단순 영화나 어느 매체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종종 식당에서 갑작스레 쓰러진 사람을 살리려고 애쓴 누군가,
버스카드 잔액이 부족하다는 알람에 대신 돈을 내준 누군가의 이야기가 인터넷상에 오르내린다.

뉴스 속 세상은 매번 불안하고 불의와 갈등이 가득한 것만 같지만, 생각보다 타인은 다정하고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
온전한 선이 아니더라도 다수의 사람은 긴박한 순간에 올바르다고 생각한 것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대다수 사람은 공익을 선호하고, 타인 또한 공익을 선택하기를 원한다.
이런 선택은 책 ‘다정한 것이 살아남는다’에서 말하는 생명체의 생존과 진화가 협력적 의사소통이 만들어낸 공존의 산물이라는 것과도 맞닿아있다.

공공기관에 청렴이 강조되는 것 또한 비슷한 이유일 것이다. 공공기관은 정부의 투자‧출자 또는 정부의 재정지원 등으로 운영되는 기관이다.
민간에선 적정한 수준의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는 공공서비스 제공을 위해 설립된 만큼 공공기관은 민간 기업에 비해 공익성이 짙은 업무를 수행한다.
기관이 목적을 다하기 위해선 올바름, 선이라는 가치가 우선적이고, 이것은 동시에 기관의 생존 수단이 된다. 이때 청렴은 공익의 수단으로써 강조된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청렴이란 “성품과 행실이 높고 맑으며, 탐욕이 없음”을 뜻한다. 정의에 따르면 청렴과 반부패를 명확히 구분하기 어렵다.
다만 공공부문에선 종종 청렴과 반부패를 구분해 언급한다는 것에 주목하자.
이는 공공에서 말하는 청렴이 단순히 부패행위를 하지 않는 것에서 멈추지 않고 업무처리의 공정성, 부당한 업무 지시의 여부, 투명한 조직문화, 나아가 적극행정까지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쓰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례로 공사(公社)의 주요 고객인 민원인에게 직원으로서 적극행정을 행하는 것 또한 넓은 의미의 청렴에 해당한다고 생각한다.
4월의 어느 날 민원 담당자인 내게 한 민원이 들어왔다. 연세가 지긋한 민원인이었다. 민원인이 제출한 서류는 표준 맞춤법과 다르게 쓰여 민원 내용의 파악이 쉽지 않았다.
단순히 생각한다면 담당자에게 민원 배부만 하면 되는, 쉽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었다.

하지만 내가 이해하기 어려운 글이 담당자라고 읽기 쉬울 리가 없고, 그렇다면 민원이 민원인의 목적과 다르게 처리될 가능성이 존재했다.
민원 담당자를 지정하고도 ‘담당자가 어련히 해결하지 않을까.’ 하는 한참의 고민 끝에 민원인과 1시간가량 통화하며 민원인의 요구사항을 정확히 파악했고,
담당자에게 민원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었다. 본인이 담당하는 업무 범위를 넓혀 민원인에게 최선을 다하는 것 또한 청렴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러한 청렴 문화를 공사에 확산시키고 고착시키기 위해선 단순히 개인의 양심에 맡겨선 안 된다.
상황은 언제나 변하고 모든 사람의 생각이 같을 순 없기 때문이다. 청렴과 반부패가 일상에 스며들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시스템화라고 생각한다.
우리 공사가 고객들에게 변함없이 청렴하다는 인식을 주기 위해선 업무적 상황이 변해도, 순환근무로 인해 담당자가 바뀌더라도 일관되고 효율적인 청렴 실천이 지속해서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시스템화라고 하면 거창한 듯하지만, 업무에 이를 적용할 수 있는 범위는 다양하다.
예를 들어 사소하게는 종전에 언급한 민원 사례에서 민원을 처리하는 동안 민원인에게 업무처리 절차와 예상 소요 시간을 알려주는 것부터,
크게는 금융기관과의 연계를 통해 공사 대금 지급을 전산화하여 대금 미지급 사례의 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까지 모두 청렴을 위한 시스템화에 해당한다.

물론 대금의 전산화 같은 사례는 당장 실천하기에 규모가 크고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하지만 민원인의 처지에서 생각해 안내하는 정도의 시스템은 쉽고 빠르게 적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작은 곳부터 적용해나간다면 어느 날 자연스레 청렴이 모두에게 체화되어 있지 않을까?
류제석 기자 yyjjss3081@hanmail.net